[삶 & 쉼터]/내 마음의 창

착함의 극치.

혜등명 2010. 7. 15. 12:54

나의 현 주소를 알기 위해서는 봉사는 필수 인듯합니다.

 

아무리 법문을 많이 듣고, 절수행을 해봐도 누가 나를 건드려주지 않는 이상은

저에 뿌리 깊은 업식은 참 보기 힘들겠다 싶어졌습니다.

 

저번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어린이 여름 수련 봉사자로 2틀간 교육받고 돌아오던 날 

저에 공부는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집안일과 밖깥일!

두 개를 동시에 잘 해내지 못하는 나는

아직도 집 안일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남편과 그런 나를 이해 받으며 밖깥 활동을 하고 싶은 내 마음 때문에  남편의 화(깜빡 잊고 쌀을 안 씻어놓고 외출, 깜빡 잊고 세탁소에 맡긴 옷 못 찾아 놓고, 깜빡 잊고 현미밥을 잘 못 한 일)를 자연스럽게 받아 내지를 못했답니다. 늘상 요구하는 부분 이건만 그날따라 그 지적이 대게 버겁고 듣기 싫어서 미칠것만 같았지요. 그래서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내 안으로 싹히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깔끔이하고 먼 나, 깜빡이하고 가까워진 난,

주로 집안일 때문에 애들 앞에서 남편의 화난 목소리 듣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그냥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앞으로 깜빡이는 더 할턴데 어쩌면 좋아.

그런 내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는 남편. 그래서 화이트보드도 주방에 걸어 놓았는데...

그래도 까먹을 때가 종종 있는 나.  

 

드디어는 착함의 극치에 치닫고... 별별 상상을 해봅니다.

그러다 자학으로 빠져 들어가는 저를 또 보았습니다.

스님 법문이 떠오릅니다. 착함은 "내가 옳다"의 극치다. 그래서 그런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절대 보지 못한다. 이 말씀이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지금 내가 착함의 극치에 도달한거구나. 이건 남편의 문제가 아니고 내 문제구나. 싶어집니다. 그래도 쉽게 가벼워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수요일 아침 밥상에서 아이들이 별거 아닌 것 갖고 또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냥 바라보다 아니되겠다 싶어 한 마디 부드럽게 건내봅니다.

 

"니네들, 별거 아닌 것 같고 그렇게 싸워가지고 앞으로 어떡할래?" 하자

아이들이 의사표현을 하는 나이가 되다보니 바로 되받아 칩니다.

"그럼, 엄마 아빠는요. 엄마 아빠도 그렇잖아요."

으악~^^* 무섭습니다. 그리고 뜨끔했습니다.

 

그 순간 드는 생각은 참 듣기 싫다. 그러면서 그게 아니고... 라면서 변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꾹 참고 그대신 "너희들 눈에 그렇게 비췄다면 부부싸움 맞다. 미안하다" 해 놓고서는 그 자리가 싫어서 화장실로 바로 들어가 이른 외출 준비를 하였지요.(몸살림 운동 수련장에 가기 위하여~)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아이들 학교 준비를 부드럽게 받아주지 못하고 툭툭 던지는 내 모습이 보입니다.

 

이게 무슨 마음일가? (참구 시작~!!!)

 

그런 나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아하, 내가 이런 사람이였구나.

내가 듣고 싶은거만 듣고 싶고, 내가 원하는 모습만 아이들에게 요구했구나.

나는 그러지도 못하면서...^^*

이때 저에 욕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착함의 극치를 보았습니다.

 

아하, 아이들도 나와 같구나.

남이 볼 때는 별거 아니지만 그 순간이 그게 너무 싫으니까 싸우는 거였구나.

엄마 아빠가 별거 아닌 것 같고 언쟁 높이는 것처럼....^^*

 

아이들 눈에는 엄마, 아빠의 말다툼이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싸우는 것으로~

(지금 생각하니 맞내요!ㅎ) 

아이들이 티격퇴격 싸우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고 싸우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남편에게 내가 자유로와지기 위해서나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 내려면 더 정진이 필요하겠구나.

상대들은 다만 자기 방식 대로 표현하고 있을 뿐인데,

그럴때마다 내 식대로 반응하면서 힘들어 했던 나.

 

그러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잡고 힘들어하는지를~. 

 

육체적으로 6개월간 호대게 아프고 난 후부터는 그래도 예전보다 그것으로부터 많이 자유로와졌다고 은근히 좋아하며 편안하게 잘 지내왔는데....

다시 외출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안일 놓치는 일 때문에 부딪치니

다시 탁 반응하는 저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해받고 싶은 뿌리가 뽑히지 않았구나. 

그런 나를 인정 받고 싶고, 동조 받고 싶은 욕구가 아직도 남아 있었구나.

그래서...상대의 배려 속에서만 룰루랄라 활동하고 싶은 약한 기운이 가득했구나.

 

그러자 나의 이 모든 괴로움의 뿌리는

그간 듣기 싫은 것은 귀막고 싶고, 보기 싫은 것은 눈 감고 싶어서 외면한 뿌리의 업식이였구나. 때로는 소리 높임으로, 때로는 꾹, 꾹 참는 것으로 나를 표현하며 살았구나.  

양쪽을 다 잘 해낼 체력도 없으면서, 사라져버릴 용기도 없으면서 욕심부리고 있는 나.

 

그런 내 모습이 잡히는 순간 지옥같던 터널에 햇살이 짠~ 비추어옴을 느꼈습니다. 

그러자 그렇게 무거웠던 마음이 순간 가벼워지고 편안해졌습니다.  

 

내 안의 전쟁이 끝을 내니

밖같 세상도 조용하고 평온하기만 합니다.

 

이렇습니다.

남의 눈에는 별거 아닌 것들이

내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것이 화의 불꽃이 되여 나를 활활 태운다는 것을요.

 

정말 별거 아닌 것 같고, 저 혼자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내요.

그곳으로부터 빠져나오게 해준, 남편과 아이들의 건드림이 저에 스승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대로가 천국이내요. ㅎㅎㅎ

주위 상황은 변한게 없것만... 내 마음은 환해지니...^^*

 

다음엔 그 무엇으로 나를 삼아 쿵~!!! 넘어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