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쉼터]/내 마음의 창

큰아들이 나의 현주소를 정검하게 한 하루!

혜등명 2009. 6. 16. 17:48

 

 

오늘은 왠지 내가 싫다.

엄마, 아내, 수행 노릇도 다 놓고 싶은 이 맘

괜한 일을 시도한 듯도 하고...^^*

 

위 내용은 이 순간 누군가하고 내 마음을 공유해고파

버스 안에서 주 도반에게 핸폰으로 쏜 내용이다. 

 

아침이면 늘 늦장부리는 아들!

오늘따라 유독 더 늦게 일어난 아들!(등교 35분전에 겨우 일어남)

그러면서도 계속 늦장부리며 동생하는 것에 참견 다하고...

결국 막판에 급한 맘에

신발도 안 씬고 맨발로 뛰어나가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고 와서 신발를 신는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화가 치솟는다.

그랬던 아이는 가방 메고 그냥 학교로 갔는데...

나는 그 화를 삭히지 못해

그 아이가 아침에 만지작거리며 갖고 놀던 레고가 보이는 순간

발로 거더 차서 박살을 내버렸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린 나를 본다.

 

그러고는 한 참 후에야 '아차!' 하면서 후회에 들어간다

'아, 내가 그동안 쌓아온 공덕을 화의 불꽃으로 다 태워버렸구나!'

 

그동안 아이의 행동을 내가 지켜봐주는게 아니고

참고 있었음이 확증되는 순간이였다.

 

왜 그 순간 정지하지 못했을가?

내 안의 화의 끝은 어디쯤일가? 

그런 맘을 그대로 유지하며 버스에 몸을 싣고

전철을 타고 노원법회에 참석하려 가는데...^^

줄곧 망상에 빠져

그냥 대중교통에 내 몸을 맡기며 가고 있는 내가 보인다.

 

이런 내가 싫고, 미워지니

"인터넷 열린법회" 도 버겁게 느껴졌다.

홍제동 정토포교원 시절 100일 출가 때

창고지기 소임을 맡았을 때의 막막함의 기분도 떠오르고...

황무지에 홀로 내 던져진 느낌으로 다가와  

이 일이 참 버겁게 다가온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참여율이 넘 적으니 더더욱~...^^*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시도해봐야 할지 모르겠다.

표현이 짧은 내가 괜한 시도에 뛰어든 것 같기도 하고...^^*

다 내 맘같지 않음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가?

 

기대?

욕심?

 

이럴때 한 사람의 반응과 마주침은

가뭄에 만난 빗줄기처럼 소중하고 반가웠던 느낌이 잡힌다.

그 분들이 생각나 아직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서본다.

 

그래도 의심은 간다.

내가 해낼 수 있을가?

기존 활동가들의 합류 없이

내 스스로 이 황무지를 개척할 수 있을가?

 

그래~!

내가 이 일이 버거워 스스로 포기하면

난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리라!!!

이를 악다물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내가 나를 먼저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내 부정이 참 많은 듯 하다.

바보처럼 살기가 왜 이리 힘든걸가?

바보처럼 살 수만 있다면 내 삶이 행복하다 하셨는데...^^* 

 

두 번째, 이런 나를 주시하며

더 열심히 정진의 끈을 놓치 말아야겠다.

매일 아침 정진으로 하루를 열고...

주 1회 법문으로 다시 나를 정검하고...

그러다보면 나도 모르게 행복한 삶에 중심이 서 있지 않을가? 

이것에 희망을 가져본다.

 

세 번째, 남과 비교하지 말자.

이 비교하는 맘이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네 번째, 누군가에게 기대지 말자.

이 길은 누구를 위함이 아닐지니

막히는 그곳에서 내 공부거리로 삼아 스스로 뚫어보자.

잘 되면 좋은 것이고....

안 되면 그런 나를 인정해주자.

 

이러 저런 생각을 수첩에 적어보면서 

전철에 몸을 싣고 노원법회에 참석을 했다.

 

오늘이 봄강좌 "무엇이든 물어라" 오전 9강 마지막 강의이셨나보다.

 

"수행하면 나를 버릴 수 있다!"

이 말씀이 내 입가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안녕히 계십시요" 최후의 수단은 모든 미련이 끊어질때다.

아직 나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 할 때가 아님을 알겠다.

 

그리고 마무리 말씀 중에서

"매일 매일 기도를 해라.

매일 정진을 해야 현실에 빠지 않고, 알아차림을 계속 유지해 갈 수 있다."

그래~, 이 무거운 맘이 내일까지 못 갈거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리고

"내가 좋다고 남이 좋다는 것은 아니니

권유는 해도 강요는 하지 말라. 때를 기다려라."

그래 나의 삶에 변화를 주면서 때를 기라리며 권유해보자.    

 

이래서...

정해진 시간에 법문을 듣고 법회에 참석하라 하시나보다.

만약 나 혼자 집에서 법문을 듣는 시간이라면

나는 다 포기했을 것이다. 그 순간은 그 무엇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리고는 하루를 헤매고 있었을 것이다.

나를 미워하면서...^^*

 

지나고 보니

아들의 행동은

나의 현주소를 정검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