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006년, 순천향의대를 졸업한 곽봉준(27)씨. 그가 대학병원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간다. 지난 주말, 인사동 찻집에서 만난 그는 감기에 걸려 코막힌 목소리와 충혈된 눈에서 살짝 피곤함이 묻어났다. '여느 인턴'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다른 점이라면 지난 2006년 3월부터 제3세계 구호단체인 (사)한국JTS에 1년간의 인턴 월급 90%를 기부하기로 약속하고 실천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재발견, 어머니와의 소통
그의 어머니는 10여년 전 수행공동체 정토회(지도법사 : 법륜스님)와 인연이 닿아 현재 대전정토회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매일 아침 기도를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봉사하고, 보시하는 생활을 삶의 중심으로 받아 들인 지 오래다. 시작은 어머니였지만 지금은 아버지와 곽씨의 동생까지 전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단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감정이 주체가 안 될 때마다, 마음 깊이 숨어있었던 엄마에 대한 원망심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럴 때 집으로 전화를 걸면 어머니는 '엄마가 널 힘들게 했었구나. 잘못했다'고 말했단다. 그 말을 듣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을 가라앉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때 어머니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유급을 당거나 제 때 졸업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2000년 가을 쯤부터 '천일결사' 수행을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다고 한다. 화를 다스릴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내면을 고요히 하는데 투자하는 1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단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정신적 재테크 '수행'
그가 1년간 기부한 것을 숫자로 따지면 2천만 원이 넘는다. 그는 이 돈의 전액은 북한의 의료지원사업에 쓰이도록 '지정기부' 했다. 직업에 맞는 기부를 하고 있는 것. 물론 북한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창한 '통일염원' 등의 이유를 붙이지 않는다. "인턴이라는 것은 의사가 되는 과정의 일부예요. 비록 의사라는 이름으로 환자들을 만나지만, 환자를 치료해주고 돈은 받는 게 아니라, 그들로부터 배우면서 돈을 받는구나. 그렇게 번 돈은 내가 마음대로 쓰는 것보다는 세상에 다시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기부를 하면서 달라진 점은 현재에 충실해졌다는 것. 멀리 있고, 보이지 않는 북한의 어려운 이웃에게는 도움을 주지만, 정작 인턴생활하면서 가까운 환자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스스로를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고. 또 인간관계 속에서 힘들어질 때마다 처음의 마음을 꺼내어 보면서 자신을 다스린단다. 그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가 해결이 되고 편안해지면서 비로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조금씩 연구하게 되었다고 했다. 지난 2005년, 본과 4학년 때 비슷한 연구를 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대학생 정토회' 친구들이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불교대학 강의를 듣고, 마음을 나누며 안정을 얻었다. 특히 그해 여름에 다녀온 중국 선재수련을 통해 삶의 방향을 정립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선재수련은 대학생정토회가 기획하고 진행하는 봉사프로그램. 매년 여름, 겨울 방학기간 동안 인도, 필리핀, 중국, 몽골 등의 지역에서 봉사를 체험하고 돌아온다. "졸업 무렵 불교대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했어요.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의 병을 치료하고, 외로운 이를 위로하는 것이 가장 큰 공덕이라는 가르침을 실천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었죠." 삶의 지향이 참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어깨가 구부정하다"고 했더니 "제 스타일이에요"한다. 아직 자유분방한 20대다. 그에겐 의사라는 직업이 참 어울려 보인다. 지금 그의 마음 속에서 스스로 일궈낸 '치유'의 나무가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
| |||||
'생활& 정보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국선도 (0) | 2007.11.26 |
---|---|
[스크랩] 사진 첨부 기능의 7가지 업그레이드! (0) | 2007.10.23 |
조청 만들어보기 (0) | 2007.02.14 |
동지 팥죽 요리 메모 (0) | 2006.12.22 |
채소와 잘 어울리는 소스 (된장소스, 진간장소스) (0) | 2006.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