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40대 중반입니다. 그동안 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많이 가지고 살았습니다. 며칠 전에 갑상선에 혹이 만져져서 어제 정밀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걱정과 불안을 내려놓기 힘듭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요?
불안한 마음은 90%이상이 마음에서 옵니다. 가끔 호르몬 분비나 신진대사에 문제가 있어서 정신영역에 영향을 주어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분의 내용을 보면 본인이 근심 걱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근심 걱정이 많다는 것은 미래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괴로움이 많다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고 근심 걱정이 많고 불안 초조한 것은 미래에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비디오를 보고 있는 동안은 그 화면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그처럼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자꾸 생각을 하게 되면 머릿속에서는 지금 그런 상황을 경험하는 것과 동일한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거예요. 이런 현상은 마음에서 오는 병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한다’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오늘 죽는다면 내일 일은 걱정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떻게 오늘만 생각하고 살아요. 내일도 생각하고 모레도 생각하고 1년 후도 생각하고 10년 후도 생각해야지요” 하고 말합니다. 생각하는 건 좋은데 그 생각에 너무 집착을 하면 심리적으로 미래의 그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갑상선에 혹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됩니다. 정밀검사를 하셨다니 결과가 나오면 그냥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받아들이세요. 미리부터 ‘암이면 어떻게 할까? 죽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하니 마치 지금 암에 걸린 것처럼 신체적 반응이 오면서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것입니다.
만약에 악성 종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시는데 악성종양이 어제 오늘 생겼을까요? 아니면 1~2 년 전에 생겼을까요? 당연히 몇 년 전에 생겼겠지요. 그럼 병원에 가서 밝혀진 사실은 암이 있었던 걸 있다고 안 것밖에 없어요. 아무 다른 사건이 생긴 건 없어요. 지금이라도 알았으니까 수술을 할 수 있어 다행이잖아요. 만약에 한 달이나 두 달 또는 1~2년 뒤에 알았으면 더 어렵겠지요. 지금이라도 안 것에 감사하고 수술해서 제거를 하면 됩니다.
길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잘 될 거라고 믿고 ‘부처님 잘되게 해 주십시오. 아무 이상 없게 해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병을 통해 몸에 대한 집착을 놓는 계기로 삼는 겁니다. 천 년 만 년 살 것 같더니 ‘어느 날 아침에 이 몸이 허물어지는 것이구나’하면 몸에 집착하지 말아야 되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어요. 몇 년 못 산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집착하고 있는 내 집이고 재산이고 자식이고 다 놓아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집착을 놓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중요한 일이 아니다’고 생각하세요. 큰 병이 아니라면 다행이고 병이라면 거기에 맞게 치료를 하세요. 오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루밖에 못사는 하루살이가 오후 4시에 죽으나 6시에 죽으나 8시에 죽으나 우리가 볼 때는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런데 하루살이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수행을 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가능하면 음식을 적게 먹고 자연 음식을 먹으면 병이 줄어듭니다. 오래 살겠다고 해서 오래 사는 게 아니고 집착을 놓아 버림으로써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해 나가시기 바랍니다.
법보신문 922호 [2007-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