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좌를 들었습니다. 3월이 되면 새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그런지, 오늘은 고3 수험생 엄마가 되시는 분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엄마의 고민도 충분히 공감이 되었고, 스님의 대답도 명쾌했습니다.
저도 어제 서점에 갔는데 새학기를 앞두고 각종 기출 문제집을 사러 나온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로 매우 혼잡하였습니다. 요즘 엄마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자녀들의 새학기 준비란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고3 수험생 엄마들은 더 큰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실 겁니다. 저도 고3시절에 그랬고, 저희 어머님도 그러셨으니까요.
엄마로서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할지 모르는 답답한 마음... 아이의 인생 진로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아이에게 어떻게 도움을 줘야할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움은 더욱 커져만 가고... 오늘 즉문즉설 강좌에 오신 어머님 또한 같은 고민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 질문하는 고3 수험생 어머니
질문
저는 이제 곧 수험생 엄마가 됩니다.
아이한테 스스로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아이가 무엇을 전공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아이에게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무관심한 탓이라는 생각도 들고 구체적인 고민을 함께하지 않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이와 공감하고 아이한테 도움이 될까요?
법륜스님의 대답
좀 놔두는 게 좋습니다. 무관심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따뜻하게 해 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엄마라고 다 알고,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요. 그러니 엄마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도 요즘 새롭게 인생에 대해 공부하고 있단다. 부처님 법 들으면서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지. 내가 살아온 경험으로 보면 지금 어떤 진로를 택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더구나. 어느 대학을 가고 어느 학과를 가느냐가 그 때는 대단히 중요한 것 같지만 이삼십 년 지나서 돌아보면 그게 그렇게 내 인생에 중요한 것 같지는 않더라. 어떻게 인생을 사느냐? 이게 더 중요한 거란다. 그러니 너 아는 범위에서 성적에 맞는 학교를 선택하고 네가 좋아하는 몇 개 학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가거라. 학과가 바뀐다고 해서 인생이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란다.”
이렇게 이야기해 주세요.
이 세상에서 자기 전공을 사회 나가서 그대로 쓰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됩니다. 대학 졸업하고 직장 다니다가 나이 사십이 되어서 새로 공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편안하게 받아들이세요. 내가 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자꾸 힘든 것입니다.
가정에서 자녀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좋을까요? 예를 들어서 가정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빠가 아이들을 다 불러 놓고 “아빠가 이번에 실직을 했다. 집안에 이런 손해가 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넉넉하게 살았는데 앞으로 수입이 줄어드니까 좀 절약해서 살자. 너희들도 함께 도와줘.” 하고 사정을 알리고 의논하는 게 좋습니다. 그럴 때 오히려 아이들에게 자발성이 생기지요.
만약 여러분들이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서 꿍꿍 안고 가면, 나중에 자식과 원수가 됩니다. 부모 마음에는 ‘나는 나대로 얼마나 고생하면서 너희를 공부시켰는데.’ 하는 생각이 들 것이고, 아이들은 그런 사정을 까마득히 모르기 때문에 부모에 대해 고마운 줄을 모릅니다. 마치 자연이나 농부, 노동자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보모의 고생을 모르기 때문에 부모에게 고마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가 말 안한다고 야단치지 말고 부모의 사정을 알리는 게 필요합니다. 한탄이나 짜증을 내면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평하는 게 아니라 애정을 갖고 진지하게 나누면 서로 힘이 됩니다. 나 혼자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좋은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갑자기 마라톤 선수가 되겠다든지, 백 미터를 십 초안에 뛰겠다고 하는 목표는 달성할 확률이 너무 적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가능성이 있고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그런 가능성 있는 희망을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의사 되면 좋을까, 판사 되면 좋을까, 그런 생각하니까 진로를 정하기 어려운 거예요.
지금은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게 좋습니다. 팽개치는 게 아니라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 다음 아기가 물어보면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네 인생은 온전히 네 몫이다.”라는 것을 알려야 합니다. 도울 수 있는 방법은 함께 밥 먹고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가 이런 저런 걱정을 할 때 대화 상대가 되어주면 됩니다.
“인생 살아보니 전공이 살려지면 좋지만 꼭 전공이 살려지는 게 아니더라. 그러니 네 성적에 맞게 네 취향에 맞는 것 중에 선택해서 가거라.”
너무 욕심내서 고민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해 주세요.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얘기해주면 됩니다.
가슴을 따뜻이 적셔오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도 고3 올라가는 2월에 진로 고민으로 한참을 방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어느 학교를 가야한다고 강조하시니까... 너무 부담이 되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부모님들이 저렇게 수험생 자녀에게 상담해 주면, 아이들은 훨씬 자발적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언제나 도움을 줄 때는 상대가 정말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줘야 서로에게 유익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다면,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부터 가볍게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내가 모든 고민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기 보다는 그 사람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고, 내 경험을 토대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을 해주면, 상대는 훨씬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스님의 지혜로운 대답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분은 스님의 대답을 읽고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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