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 쉼터]/자유게시판

환경오염 피해도 부익부 빈익빈/경향신문 2008.3.8

혜등명 2008. 3. 8. 17:02
 
경향신문 > 오피니언 > 전체기사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블로그에 스크랩 인쇄
[한국에 살아보니]환경오염 피해도 ‘국제적 양극화’
입력: 2008년 03월 07일 17:47:43
 
한국에 온 뒤 나는 환경을 적게 오염시킨 사람이 오염에 더 고통받고 있는 모순적인 현상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다. 마치 환경 오염을 가장 심각하게 시키고 있는 문명권의 잘 사는 부자 나라들이 자국의 환경오염물을 환경 오염을 시킬 일조차 없는 후진국의 가난한 나라 뒷마당에 돈을 주고 버리는 일과도 비슷하게 말이다.

나는 출근을 할 때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서울에 갈 일이 있으면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그리고 매주 화요일 재활용을 위해 새벽부터 분주한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은 캐나다보다 훨씬 탁월한 재활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2주마다 한 번씩 작은 쓰레기 봉투에 재활용 쓰레기를 담아 쓰레기통에 버리는 정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5~6가지의 분류 작업을 거쳐 신중하게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함에도 한국인들은 캐나다 국민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

이것 말고도 한국인이 캐나다 사람보다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가정에서는 보통 캐나다 가정에서 사용되는 백열등보다 에너지면에서 효율적인 형광등을 사용한다. 그리고 한국의 집들은 작은 데다 대부분 아파트이기 때문에 대저택에서 혼자 사는 캐나다 주거형태보다 난방면에서, 땅의 효율성면에서 낭비가 적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캐나다인들보다 깨끗한 환경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 공평한 게 아닐까.

사실 환경 문제는 법률이나 규제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환경에 대한 윤리와 우리의 인식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기업들은 미국인들의 소비를 위한 물건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 상품을 소비하는 미국인들은 그 상품의 생산 때문에 발생되는 오염된 한국의 공기, 물, 한국인들의 건강 등에 대해 정당한 값을 치르고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의 생산활동이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국이 다른 나라에서 일으키는 환경 오염에 대한 대가를 충분히 보상해주고 있는가. 우리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값싼 물건들을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죄없고 힘없는 이들의 뒷마당에는 점점 더 많은 쓰레기가 버려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삶의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더 나아가 그런 상품들의 생산으로 인해 오염된 중국의 공기가 황사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몸과 삶을 황폐화시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는 매주 화요일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마다 숨을 깊게 들이쉰다. 쓰레기 냄새가 그다지 상쾌하지는 않지만, 캐나다에는 없는 이러한 한국의 책임감 있는 환경 지키기 문화에 동참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캐나다인과 한국인들이 부의 축적에만 급급하지 않고 환경에 대한 책임감 있는 문화를 추구하기 위해 애쓰길 바란다.

〈 데이비드 킴 크랙 한신대 교수·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