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월간정토지]/정토행자 이야기

싯타르타 하우스! 미래의 부처님이 살 집

혜등명 2008. 3. 3. 10:25
HOME > 정토행자이야기 > 싯타르타 하우스! 미래의 부처님이 살 집

 

 

 

 

 

 

 

 

 

 

 

 

 

 

 

 

 

 

 

 

 

 

 

 

 

 

 

 

 

 

 

 

 

 

 

 

 

 

싯타르타 하우스! 미래의 부처님이 살 집

 

김재령 인도 JTS 자원활동가, 공사 담당

 

 

싯타르타 하우스(수자타 아카데미 기숙사) 준공식이 끝나고 석양에 홀로 앉아 싯타르타 하우스를 바라보니 미소와 함께 가슴이 뭉클해진다. 2006년 1월 싯타르타 하우스 기공식에서부터 준공식까지 2년 동안의 기쁨과 슬픔, 화와 참음, 좌절과 전진, 노동자에 대한 연민과 실망이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밀려오면서 눈시울이 석양빛을 닮아간다.

 

 

공사장의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싯타르타 하우스 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정도 건물쯤이야 잘 지을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실제 공사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한 번은 기초공사 콘크리트 타설(콘크리트를 붓고 굳히는 작업)을 하는데 노동자들이 오전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한 명도 일을 하러 오지 않았다. 날씨는 덥고 오전에 부은 콘크리트가 굳기 전에 다시 콘크리트를 타설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니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파업 중인 노동자에게 상황을 물어보니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솔직히 화가 많이 났다. ‘다른 공사 현장에 비하여 이곳 수자타아카데미 공사장은 노동자에 대한 복지와 예우 등이 뛰어나고, 노동자에게 정성도 많이 기울이고, 노동 강도도 훨씬 낮은데 왜 파업을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화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노동자들이 미워지며 ‘노동자에게 주는 모든 혜택을 없애야 이 사람들이 정신을 차릴 거야.’라는 극단의 생각으로 치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기초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끝나고 공사장 식구들의 눈을 보는데 그들의 눈동자가 지쳐서 다 풀어져 있었다. 그 순간 나의 생각이 틀리 것은 아니지만 ‘우리 식구들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가 되면서 화와 미움이 사라지고 참회의 마음이 일어났다.

 

 

 

또 한 번은 공사 자재를 주문했는데 오기로 약속한 날짜보다 달포 가량이 지나서야 물건이 도착했다. 자재가 없으니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고 공사장 식구들도 중심을 못 잡고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게에 전화를 하면 주인은 곧 보낸다는 말만 하고 자재는 오지 않았다. 내가 있는 둥게스와리는 작은 시골이라 필요한 자재가 없어 큰 도회지까지 나가서 큰 맘 먹고 주문한 자재였다. 가게에 직접 찾아가 큰소리치며 항의를 하면 가게 주인은 미안한 기색도 없이 “아직 자재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늦을 거면 왜 나와 계약을 했냐?”고 다그치면 별다른 해명도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도 상인들 중에 상당수는 큰 거래면 가게에 물건이 없어도 일단 계약을 성사시키고 본다고 한다. 그리고 물건은 한참 지나서 보내는데 인도 상인들의 습관을 제대로 몰랐던 나는 혼자서 미치고 날뛰었던 것이다.

 

 

 

 

인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이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난 후 실망과 미움이 인도인과 인도라는 나라 전체로 확대 되었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공사에 대한 의욕도 많이 떨어졌다. 공사장 책임자인 내가 흐트러지니 공사장 식구 전체가 흐트러졌다. 어찌되었건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기숙사 완공이라는 목표가 분명하니 현실만 제대로 파악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비를 가리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니 내가 인도라는 현실을 무시하고 한국적 사고와 습관을 가지고 일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것이 나와 상대를 힘들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아직도 공사장 식구나 거래처 사람들을 볼 때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시간관념이 없고, 느리고, 일처리가 정교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거야.’라는 생각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것이 공사장 식구나 거래처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고 나의 관념일 뿐이라는 것도 알아간다.

 

 

 

노동자에서 보살로 거듭나며

 

싯타르타 하우스 신축은 2007년 하반기부터 인도 JTS 공사장 식구 50여 명에 외부 업자가 적게는 70여 명 많게는 100여 명씩 매일 일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공사장 식구와 외부 업자 간에 경쟁과 시기, 질투, 반목 등이 끊이지 않았다. 서로가 더 편한 일만 찾고 더 많은 돈을 받으려 하고 더 좋은 음식을 먹으려 하고 자재는 더 낭비되고 질서는 없어졌다. 이대로 가면 싯타르타 하우스는 지을 수 있겠지만 서로 행복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보살이 되어야만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공사장 식구들에게 수련을 제안하며 “이번 수련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공사장에서 높은 지위를 주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다. 오직 하나,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열여섯 명이 수련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나와 수련 참가자들은 출근 시간 30분 전에 먼저 나와 명상을 하며 내 안의 욕망을 내려놓는 훈련을 시작하였다. “편한 일은 남을 주고 어려운 일은 내가 하고, 좋은 음식은 남을 주고 나쁜 음식은 내가 먹고, 돈을 많이 버는 일은 남을 주고 자원봉사는 내가 하며 어려운 사람은 내가 돕는다. 만약 우리에게 욕심이 없다면 이렇게 하고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라고 서로 나누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수련을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나자 우리 공사장 식구들의 일에 대한 집중이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공사장 식구와 외부 업자 간의 갈등도 현저하게 줄었다. 우리 공사장 식구들이 노동자에서 점점 보살이 되어가고 있었다.

 

 

 

싯타르타 하우스 공사가 막바지에 들면서 부지깽이도 일손으로 필요할 정도로 바빴는데 청소년 노동학교 학생 중에 한 명이 너무 가난해 집에 문도 없고 지붕에는 구멍이 나서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추운 맨바닥 위에 덜덜 떨면서 잔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우리 손으로 추위에 떠는 학생과 가족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집수리를 해 주자고 수련 참가자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그 식구들이 스스로 십시일반 돈을 거두고 재료를 사서 휴일에 집수리 자원봉사를 했다. 자원봉사를 마친 그들에게 느낌을 물어보니 밝고 씩씩하게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심의 말에 함께 행복했다.

 

 

싯타르타 하우스는 2년의 공사 기간 동안 나의 분별과 변덕스러움, 사람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여러 번의 고비를 겪었다. 준공식을 마친 지금, 싯타르타 하우스는 완벽하지 않지만 나와 우리 공사장 식구들이 가진 능력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나는 공사장 노동자를 부를 때 ‘식구’라고 부른다. 어렵고 힘든 때를 함께 넘긴 가족이며 서로가 보살의 마음을 닮아가는 수행자이기 때문이다.

 

싯타르타 하우스는 단순한 기숙사가 아니다. 공사장 노동자가 보살의 마음으로 지었고 이곳에서 기숙하는 사람들 중에 미래의 싯타르타가 나올 수 있는 ‘미래의 부처님이 살 집’이다.

 

 

 

[사진설명]

수자타1 : 수자타 아카데미 기숙사인 싯타르타 하우스 전경

수자타2 / 수자타5 : 싯타르타 하우스 앞에 묘목을 심는 김재령 님과 공사장 노동자들

수자타3 :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서 활짝 웃는 공사장 노동자들

수자타4 : 일을 시작하기 전 명상을 통해 자기 안의 욕망을 내려놓는 수련을 한다

 

-월간정토지 2008년 2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