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 공부 ♡]/법륜스님 법문

반야심경 - 불구부정 (경험 속에 법의 이치를 체득해야)

혜등명 2010. 5. 11. 16:25

 

 

불구부정(不垢不淨)

 

 

- 법륜스님-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是諸法空相 不生不滅 不垢不淨 不增不減

 

 

  성스러움과 부정함의 구별은 무지에서 비롯된 인식의 오류입니다. 깨달음의 눈으로 보면 성스럽다 할 것도 없고 부정하다 할 것도 없습니다. 이것은 굉장한 소식입니다.

 

  성스러움과 부정함의 구별은 인식상의 오류일뿐입니다.

 

성스럽다는 한 생각이 일어날 때 성스러워지고 부정하다는 한 생각이 일어날 때 부정해질 뿐, 존재 자체에는 성스러움도 부정함도 없습니다.

 

 우리의 몸은 성스러울 수도 없고 부정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의 몸은 공(空)한 것입니다. 어릴 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한 많은 분들이 몸이 더러워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평생을 괴로움과 불행 속에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제법(諸法)이 공한 이 도리를 깨닫게 되면 한순간에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거룩한 말씀, 그 깨달음은 고통 속에 사는 우리를 행방시킵니다.

 

  정(淨)과 구(垢)는 본래 그 어떤 실체도 없으며 다만 인식상의 오류일 뿐임을 꿰뚫어보아야합니다. 우리가 진실로 공의 도리를 안다면 이것이야말로 만년 부적입니다.

  정과 부정이 없는 도리를 알게 되면 우리는 숱한 걸림과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자유의 길이 있다 해도 가지 못합니다.

 

  정과 부정의 구별에는 옳고 그름의 분별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 역시 인식상의 오류에서 생겨난 것일 뿐, 본래 존재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귀하고 천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곁에서 아무리 무슨 말을 해주어도 듣지 못합니다. 듣는다 해도 그에게는 새소리 바람소리같이 의미 없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미친 소리,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 비현실적인 생각이라고 취급해 버럽니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사고체계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자기 업식에 사로잡혀서 그것으로 감옥을 만들고, 색안경을 만들어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이래서 아무리 자유의 길이 있다고 해도 그 길로 가지 못합니다.

 

 자기 업식에 사로잡힌 생각을 놓아 버리기만 하면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어떤 일을 당해도 웃을 수 있습니다.

 

 경험 속에서 법의 이치를 채듣해야 합니다.

 

  수행하는 자는 무엇보다도 정법(正法)을 만나 법의 이치를 꿰뚫어야 합니다. 이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은 아닙니다. 언하(言下)에 깨치기도 하고 삼 일이 될 수도 있고 석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삼 년안에는 꿰뚫어야 합니다. 삼 년이 넘었는데 아직 이치도 꿰뚫지 못했다는 것은 장판 때만 묻힌 것과 같습니다. 불교라는 이름의 형식에 젖어서 도무지 꿈에서 깨지 못하는 겁니다. 꿈속에서 불법을 만난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꿈에서 깨는 길을 가야 합니다.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더랍다는 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그 순간에 문득 깨쳤듯이, 여러분들도 화가 솟구치는 그 순간에 깨달을 수 있습니다. '어! 똑같은 말인데 다른 상황에서는 웃을 만한 일에 왜 오늘은 화를 내게 되는가. 아, 이것이 다 마음 가운데 있구나. 저 사람한테 있는 게 아니고, 저 말에 있는 게 아니고, 내 마음 가운데에서 일어나는구나!' 하고 깨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경험 속에서 하나하나 이치를 체득해 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치를 깨닫는 데 있으니, 여러 날 밥을 굶고 절을 한다고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불법은 단순한 믿음을 말하지 않습니다. 법의 이치를 정확하게 꿰뚫어 알아야 합니다.

 

  성스럽고 부정함은 마음에서 짓는 바일 뿐 어떤 장소나 어떤 사람이나 특정한 존재에 있지 않습니다. 부처에게는 여성도 천민도 모두 평등한 사람이었습니다. 본질 자체에는 성스러움과 부정함의 차이가 없고, 옳고 그름도 없으며, 귀하고 천함도 없습니다. 그러하므로 우리는 일체시(一切時). 일체처(一切處)에 정과 부정으로 인해, 옳고 그름으로 인해, 귀하고 천함으로 인해 분별심을 일으켜서 안 됩니다. 분별심이 일어날 때는 분별심이 일어나는 줄을 알아야 합니다. 그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나인 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부처께서 제 1의 화살은 맞을 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어쩔 수 없이 만난 일들은 하나의 사건이고 사고일 뿐입니다.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입니다.

 

- 월간정토 2010년 5월 /경전강좌 반야심경25 - 불구부정 중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