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누기를 하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마음나누기를 통해서 나의 마음이 가벼워지고,
상대가 내어놓은 마음이 때로는 나의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즉, 마음나누기를 통해 자신은 물론 상대도 알 수 있어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타인과 소통하는 데 친밀감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이런 필요성에 의해서만 마음나누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나누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음에 깨어있기' 위함입니다.
마음나누기는 깨어있기 위한 기초 연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깨어있기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접하게 되면 감각기관을 통해서 반응을 일으킵니다.
눈으로 사물을 보거나, 귀로 소리를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거나, 손으로 무엇을 만지거나,
머리로 생각을 하게 되면 어떤 반응이 일어납니다.
즉, 대상을 접촉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떤 마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마음에 깨어있기란, 이러한 감각기관을 통해서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린다기보다 마음 또는 감정에 휘말리거나,
그 마음을 '이러면 안돼'하고 억누르며 감정을 참습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어떤 감정에 휘말리는 것도 아니고, 그 감정을 참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지켜보는(바라본다. 관찰한다. 느껴본다) 것입니다.
마음나누기는 일어나는 마음을 알아차리는(깨어있기) 연습이기도 합니다.
마음나누기를 하다보면 자신의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마음나누기를 하려면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스스로 관찰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
실제로는 마음에 휘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화가 날 때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계속 화내는 것이
깨어있는 거라고 착각하고 그 화를 다 낸 다음 죄책감이 와서 후회와 자책을 합니다.
이것은 깨어있기가 아니라 감정에 빠져서 끌려 다니는 것입니다.
감정에 빠져있거나 감정에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감정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다가도 감정에서 빠져나와
그 감정이나 마음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에 깨어있기 연습을 하다보면 겉으로 일어나는 마음뿐만 아니라 속마음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마음 속 깊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도 알아차리게 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업식'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자신의 무의식에 있는 마음까지도 관찰을 하면 제대로 알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을 표현한다고 다 올바른 마음나누기는 아닙니다.
올바른 마음나누기는 마음에 깨어서 있는 그대로의 알아차림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화나고 짜증나는 마음을 밖으로 살피면 상대 때문에 일어난 것인 줄 알지만,
안으로 살펴서 있는 그대로 살펴보면 마음은 내 자신의 업식의 반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올바른 마음나누기는 일어난 마음이나 감정은 결국은 내가 일으키는 것인 줄 알아차리고,
상대를 탓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도 탓하지 않아야 합니다.
단지 자신의 마음을 내어놓은 것입니다. 즉 서로의 마음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마음에 깨어서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이켜서 있는 그대로 살펴보지 못하면,
마음나누기를 빌미로 자기 속에 있는 불평, 불만을 다 쏟아내게 됩니다.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것은 올바른 마음나누기가 아닙니다.
불평, 불만을 쏟아내는 마음나누기는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마음나누기는 불평, 불만을 표현해서 내 한풀이를 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아, 내 마음이 그랬구나'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가만히 지켜보고,
그 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에 그런 내 마음을
가볍게 내어놓는 것(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닌)입니다.
내 마음을 알려주는 것일 뿐, 상대에게 강요하는 마음이 없어야 합니다.
상대의 문제로 보고 상대를 바꾸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내 마음을 표현해서 상대에게 알려줄 뿐입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상대가 어떻게 하든 말든,
그것을 상대의 자유로 온전히 남겨두는 것이 진정한 마음나누기입니다.
상대와 나 사이에 내어놓은 내 마음은 내어놓은 후로는 내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내어놓은 그 마음을 상대가 가져가고 안 가져가고는 상대의 선택입니다.
마음나누기는
일어나는 모든 마음은 상대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 내가 일으킨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모든 괴로움은 다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자각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그 동안은 화나거나 짜증나거나 하면 그것이 다 상대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상대를 탓하며 살아왔는데,
이 괴로움이 내 마음이 일으킨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진정한 돌이킴이요, 참회입니다.
이처럼 깨어있음은 진정한 참회를 통해서 승화됩니다.
p.s: 편하게 읽기 위해 줄바꿈과 몇군데 진한색칠을 해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