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월간정토지]/생활인의 수행

남을 이기려 하지 마세요.

혜등명 2008. 2. 27. 22:46

 

 

 

 

저는 사람을 무조건 잘 믿는 편입니다. 모두 내 마음과 같겠거니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내가 믿었던 모습은 저게 아닌데.' 싶어져 고통스럽습니다. 친구들이나 모든 대인관계에서 다 그런 편이라 사람을 깊이 사귀기 힘들어집니다. 또 뭐든지 하고 싶다는 욕심은 많은데 막상 지나놓고 보면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법우님이 생각하는 고통이나 그 원인이란 것은 모두 부처님 공부 잘하고 회향 잘하는 것으로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향을 어떻게 하느냐 하면 부모님한테 자신을 숙이고 지는 것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내게 고통이 안 옵니다. 법우님은 지금 좀 성격이 센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지고는 못살거든요.

 

 

지고는 못 산다면 큰일 나지요. 사람이 살다보면 늘 이기고 내 뜻대로만 살아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결혼하거나 사회생활 하면서 무슨 일이든 부딪치게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하겠어요? 그때마다 못 살겠다고 할 수 없겠지요.

 

부모와 함께 사는 지금, 이기겠다는 생각을 고치고 부모님께 지셔야 합니다. 어머니께서 혹 뭐라고 하시더라도 “예, 잘못했습니다.” 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처음에는 말대답이 목에서 튀어나올 듯해도 겉으로라도 자꾸 지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만약 이 성질 그대로 결혼하면 살기 힘들어지고 헤어지기 쉽습니다. 대개 억센 여자들이 결혼하면 남자들을 깔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이란 서로 좋아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지 서로 이기려고 하는 것이 결혼은 아니지요. 누구도 상대방을 억누르고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법우님도 자기를 바르게 세우는 것은 좋지만 지기 싫은 그 마음만 세우면 결혼해도 그 생활이 행복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젊을 때 자기를 숙일 수 있도록 고쳐야 합니다. 지금 불법 공부해서 그 성질 고치게 되면 다른 나쁜 점들도 더불어 고쳐지고 또 좋은 점들은 더욱 좋아지게 됩니다.

 

특히 부모에게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것은 부모란 늘 자식을 사랑하셔서 웬만한 경우는 다 받아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나를 잘 받아주시는 부모님께 내 멋대로 하다보면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나를 대해야 되는 것으로 착각하여 습성이 되거든요. 그래서 ‘엄마가 뭐 어떻고…….' 하면서 대들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쉽게 대들고 사소한 일에도 지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내세워 이기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면 괴로워서 못 살겠다고 합니다.

 

지금부터는 부모님께 잘하려고 마음먹고 아무리 부모님 말씀이 내게 좀 거슬린다 해도 말대답하며 따지지 않겠다고 다짐하시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지금 부모님께 대한 그런 내 태도를 안 고치면 나중에 심한 고통이 옵니다. 그때 겪는 고통이란 것은 그저 ‘고통이 심하다.'하는 말이나 생각에 그치는 정도가 아닙니다.

 

기도하면서 억지로라도 “예, 예. 어머니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잘할게요.” 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처음에는 진심으로 안 되더라도 계속 하다보면 그 기도의 공덕으로 이기려는 그 성질이 꺾이고 고쳐집니다. 기도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기도 안 해도 부모님께 “예, 예.”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하루 한 번씩 108배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생활화하면, 절대 안 지겠다는 그 성질로 일어날 온갖 고통도 다 막아지고, 지금 일어나는 작은 문제들도 해결됩니다.

 

2008년 1월호

출처 : http://www.jungto.org/upfile/image/jungtoji0801-5.jpg